도시 하나가 '밀수'로 먹고산다...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국경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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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하나가 '밀수'로 먹고산다...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국경 도시

파라과이 국경 도시 '시우다드 델 에스테'가 어떻게 남미 최대의 밀수 중심지가 되었는지 살펴본다.

My Language Trip ·

“도시 하나가 밀수로 먹고산다고?”

처음 들으면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남미에는 실제로 수십 년 동안 ‘밀수의 수도’라 불려 온 도시가 있다.

바로 파라과이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Ciudad del Este).

인구는 약 30만 명으로 파라과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 불과하지만, 한때 이곳을 오가는 상품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세계적인 자유무역지대로 꼽히는 동시에, 위조품과 밀수의 중심지라는 상반된 별명을 함께 가진 곳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도시가 생겨난 걸까?

남미 한복판의 작은 나라,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 둘러싸인 내륙국 파라과이 지도

먼저 파라과이부터 살펴보자.

파라과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사이에 있는 남미의 내륙국이다.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나라로, 수도는 아순시온이며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그리고 브라질과 맞닿은 동쪽 국경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시우다드 델 에스테가 있다.

이 도시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이과수 폭포와도 가까워 많은 관광객이 찾지만, 국제적으로는 오랫동안 ‘남미 최대의 밀수 도시’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왔다.

이 도시는 처음부터 밀수 도시가 아니었다

독재자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가 세운 초창기 시우다드 델 에스테 모습

시우다드 델 에스테는 1957년, 당시 파라과이를 통치하던 독재자 알프레도 스트로에스네르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처음 도시 이름은 ‘푸에르토 프레지덴테 스트로에스네르’였다. 자신의 이름을 도시 이름으로 붙였을 만큼 정권의 상징적인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그는 브라질 국경에 대규모 상업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세금을 낮추고 통관 절차를 크게 완화했다. 그 결과 값싼 해외 상품이 대량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합법적인 무역과 함께 밀수와 비공식 거래도 빠르게 성장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스트로에스네르 정권이 이러한 경제적 이권을 정치 세력과 나누며 권력을 유지했다고 분석한다. 독재는 끝났지만, 당시 만들어진 경제 구조는 지금까지도 도시의 모습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리 하나 건너면 가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파라과이와 브라질을 잇는 우정의 다리 전경

시우다드 델 에스테와 브라질의 국경 도시 포스 두 이과수(Foz do Iguaçu)는 ‘우정의 다리(Puente de la Amistad)’ 하나로 연결돼 있다.

자동차로 몇 분이면 건널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이 다리 하나를 건너면 상품 가격이 크게 달라졌다.

낮은 세금 덕분에 전자제품, 술, 담배,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이 브라질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1990~2000년대에는 브라질 전역에서 ‘사콜레이루(sacoleiro)‘라고 불리는 보따리상들이 버스를 타고 이 도시를 찾았다.

이들은 값싼 물건을 대량으로 사서 브라질 각지의 시장과 노점에서 되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국경을 오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 우정의 다리는 매일 사람들로 가득 찼고, 시우다드 델 에스테는 남미에서 가장 활발한 국경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거래 규모는 나라 경제와 맞먹을 정도였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를 오가는 대규모 상품과 물류

이 도시를 오간 상품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2011년에는 파라과이에서 주변 국가로 합법적으로 재수출된 상품 가치만 약 50억 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밀수로 흘러간 상품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기관과 국제기구들은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시우다드 델 에스테를 중심으로 한 불법 거래 규모를 연간 약 100억~15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작은 국경 도시 하나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를 움직였던 것이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든 시장

다양한 나라 상인들이 모인 시우다드 델 에스테 시장 거리

시우다드 델 에스테에는 파라과이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브라질은 물론 레바논, 시리아, 대만, 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상인들이 이곳에 정착해 사업을 이어 왔다.

판매하는 상품도 매우 다양하다.

스마트폰과 전자제품부터 술, 생활용품, 의류, 가방, 스포츠용품까지 없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도로 여러 블록에 걸쳐 이어진 상가와 시장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작은 가게와 노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단속을 강화했는데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

국경 단속이 강화된 파라나강 인근 비공식 선착장

2000년대 이후 브라질 정부는 밀수 단속을 크게 강화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대규모 범죄 조직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물건을 나르던 소규모 상인들까지 함께 단속 대상이 되면서, 일부는 공식 국경 대신 파라나강의 비공식 선착장을 이용하게 됐다.

안전하게 다리를 건너던 사람들이 더 위험한 경로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순한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광지와 그림자 경제가 공존하는 도시

쇼핑몰과 관광지가 공존하는 삼국 국경지대 풍경

시우다드 델 에스테는 아름다운 자연과 거대한 쇼핑몰이 있는 관광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브라질·파라과이·아르헨티나가 만나는 삼국 국경지대(Tri-Border Area)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오랫동안 밀수와 위조상품 거래의 거점으로도 알려져 왔다.

한 도시 안에서 관광객과 쇼핑객, 그리고 비공식 경제가 함께 공존하는 매우 독특한 공간인 셈이다.

작은 도시가 보여주는 거대한 현실

남미 최대의 비공식 무역 중심지, 시우다드 델 에스테 전경

인구는 약 30만 명.

겉보기에는 평범한 국경 도시지만, 이곳은 수십 년 동안 남미 최대의 비공식 무역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시우다드 델 에스테를 보면 ‘밀수는 단순히 범죄’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국경을 사이에 둔 가격 차이, 수만 명의 생계, 국가의 세금 정책, 그리고 역사 속 독재 정권이 남긴 유산까지.

이 모든 것이 겹쳐지면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국경 도시 중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글 : My Language Trip
그림 : My Language Trip (AI-assis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