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어 공부를 오래 하면 이상한 시기가 온다.
매일 공부는 하는데 실력이 느는 느낌은 없다.
오늘도 한 시간 공부했는데 돌아보면 기억나는 건 별로 없고, “내가 원래 언어를 못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만 남는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 원인을 의지에서 찾았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나는 공부를 못한 게 아니라,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있었다는 것을.
공부의 절반은 이해가 아니라 ‘준비’였다

나는 원래 단어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어 하나를 외우기보다 문장 속에서 함께 익히는 편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새로운 문장을 만나면 항상 직접 분석했다.
주어는 어디인지. 동사는 무엇인지. take off는 하나의 표현인지. 왜 would가 여기서는 이런 뜻이 되는지.
문제는 이 과정이었다.
사전을 열고, 검색을 하고, 예문을 찾고, 문법 설명을 읽다 보면 정작 그 문장을 반복해서 익힐 힘은 이미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한 시간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한 시간을 공부할 준비만 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ChatGPT가 바꾼 건 영어가 아니라 흐름이었다

처음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그냥 모르는 문장을 넣고, “이거 어떻게 이해하면 돼?“라고 물어봤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부하는 감각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The plane took off on time.
이 한 문장을 붙잡고 take인지, take off인지, on은 어디에 붙는 건지, 한참을 검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문장을 그대로 넣으면 문장 구조, 동사구, 왜 이렇게 쓰였는지, 이 문장에서 가져가야 할 표현까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중요했던 건 답을 알려준다는 게 아니었다. 공부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 그게 생각보다 훨씬 컸다.
would 하나를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가장 기억나는 건 would였다.
책에서는 공손, 가정, 과거의 습관, 추측. 뜻만 계속 늘어놓는다.
하지만 막상 문장을 만나면 ‘그래서 여기서는 왜 이런 뜻인데?’ 라는 질문은 늘 남았다.
ChatGPT는 규칙부터 설명하지 않았다.
먼저 문장을 보여주고, 그 문장 안에서 왜 would가 그런 의미가 되는지를 설명해 줬다.
그 순간부터 would는 외워야 하는 문법이 아니라 문맥 안에서 자연스럽게 읽히는 표현이 되기 시작했다.
made peace with도 비슷했다.
단어는 하나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그냥 넘어가기 쉽다.
예전의 나는 ‘대충 이런 뜻이겠지.’ 하고 지나갔을 표현이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이 실제 회화에서는 훨씬 더 자주 등장한다.
나는 어려운 단어보다 쉬운 단어들의 조합을 더 많이 놓치고 있었다.
외국어가 안 느는 건 의지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AI가 외국어를 대신 공부해 주는 건 아니다.
결국 반복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외우는 것도 여전히 내 몫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부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
지금은 그 에너지를 반복하고 익히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돌아보면 내가 부족했던 건 의지가 아니었다. 에너지가 가장 많이 새는 지점을 몰랐던 것이다.
외국어 공부가 자꾸 버겁게 느껴진다면 스스로를 탓하기 전에 한 번만 질문해 보면 좋겠다.
나는 정말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만 계속하고 있는 걸까.
글 : My Language Trip
그림 : My Language Trip (AI-assisted)